Interview · 2026-09-03
[12시 사랑방]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 "미국 ESS 시장 무주공산 열려…K배터리 살아난다"
이날 12시 사랑방에는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이사가 출연해 이차전지 업황을 진단했다. 한 이사는 과거 2차전지 랠리가 한창일 때 에코프로비엠 등 대표주에 매도 리포트를 냈던 애널리스트로, 당시 중국 LFP 배터리의 성장세와 유럽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인한 유럽 시장 둔화를 근거로 K배터리의 경쟁력 약화를 경고했었다. 그는 그 판단이 1년도 안 돼 현실화됐다고 돌아보면서도, 산업과 그린 정책은 정책의 함수인 만큼 정책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는 약 1년 전부터 배터리 업종에 대한 비중을 긍정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재도입하면서 판매가 살아나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이슈를 근거로 중국산 배터리 수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K배터리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K배터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동차 배터리가 아닌 ESS(에너지저장장치)를 꼽았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비중이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의 80~90%에 달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ESS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고,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의 불규칙한 전력 사용 패턴이 겹치며 데이터센터 건설 시 ESS가 사실상 필수 설비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시 사랑방] 미국 ESS 시장서 중국산 급감, 내년 K배터리 실적 점프 전망
한병화 이사는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수입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급감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과거 미국은 물량 기준으로 약 80% 이상을 중국산 배터리에 의존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연간 30~40기가와트시(GWh) 수준이던 수입 물량이 5기가와트시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연간 ESS 수요는 올해 약 70GWh, 내년에는 80GWh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테슬라 모델Y(배터리 60kWh 탑재) 약 130만대 분량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이미 한국 기업들과 조인트벤처 형태로 공장을 지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완공된 설비를 스크랩할 수 없어 결국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그 물량을 흡수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기존에 짓던 공장은 대부분 삼원계였지만 향후 완공될 설비는 대부분 LFP 기준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재역전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정부의 IRA에서 시작된 중국 견제 기조가 트럼프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고, 이미 미국 내에 대규모 배터리 제조 설비가 구축돼 있어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그린산업 전반에 부정적 정책을 펼치면서도 배터리 생산세액공제만은 그대로 유지했는데, 이는 AI 전환에 필수적인 ESS까지 건드리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밸류에이션에 대해 한 이사는 배터리 셀 업체부터 소재·부품 업체까지 K배터리 관련 종목 대부분이 지금은 매수 가능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ESS 사업 비중이 높은 삼성SDI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ESS는 보조금을 받는 사업자를 상대로 공급하는 구조라 전기차 배터리보다 판가 인하 압력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전한 호황기 수준의 마진율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2시 사랑방] 중국 나트륨 배터리 부상과 휴머노이드·도심항공 등 신규 수요
한병화 이사는 중국이 LFP에 이어 나트륨(소디움) 배터리로 격차를 벌리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CATL과 이브에너지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미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를 시작했으며,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더 낮고 안정성이 높으며 원료가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돼 있어 장기적으로 LFP를 능가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나트륨 배터리를 적극 개발 중이며, 미국이라는 보장된 시장을 확보한 만큼 대응할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서는 대당 배터리 용량이 2~4kWh 수준으로 작아 당장 큰 수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대수가 늘어나면 밀도가 높은 전고체·삼원계 배터리 수요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 업체들이 유리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나아가 20~30인승 소형 여객기까지 배터리로 구동하는 시험비행이 성공하는 등 배터리 적용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반도체와 이차전지 간 수급 균형이 중요하다며, 반도체가 계속 오르기보다 횡보하고 그동안 소외됐던 이차전지 등 낙폭과대 업종이 순환매로 반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미국 AI 데이터센터 확산의 향방은 결국 중간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에 부정적인 정치인이 당선되거나 민주당이 하원·상원에서 과반을 확대할 경우 AI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