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흐름
AI에게 맡기는 일이 늘수록 두 가지 질문이 커진다. 하나는 AI가 사람의 일을 바꿀 때 그 비용을 누가 나누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오래, 많이, 정확하게 일하도록 받치는 도구가 무엇이냐다. 오늘 묶은 네 소식은 이 두 질문에 하나씩 답한다.
Anthropic은 회사 주식 5%를 떼어 공익기금을 만들겠다고 했고,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를 지원 방향으로 직접 언급했다. 오픈소스 쪽에서는 herdr, Lightpanda, PaddleOCR-VL 1.6이 에이전트(사람 대신 여러 단계를 스스로 이어 가는 AI 작업자)가 일할 때 생기는 병목을 하나씩 맡는다. 세션이 끊기는 문제, 웹을 읽는 비용, PDF 숫자가 틀어지는 문제다.
Anthropic, 주식 5%로 공익기금 — 주주 승인 남아
Anthropic이 10월 18일 「Anthropic 공익기금(Anthropic Public Benefit Fund)」을 만들고 회사 주식의 5%를 넣겠다고 발표했다. 이 약속은 주주 승인을 받아야 확정된다. 회사 가치가 정해 둔 기준선보다 50% 오를 때마다 이사회 재량으로 2%씩 더 넣을 수 있게 했지만, 그 기준선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기금은 자선단체 형식이 아니라 회사가 100% 소유한 유한책임회사(LLC)로 만든다. 전통적인 비영리단체 기부뿐 아니라 특정 집단에 직접 나눠 주는 방식까지 열어 두려는 선택이라는 설명이고, 이 지분으로 로비나 정치 기부는 하지 못하게 막았다. 공동창업자들의 창업 당시 지분 80% 기부 약속과 직원 약 절반이 참여하는 기부 매칭을 합치면, 이번 약속까지 더해 회사 주식의 약 20%가 공익 몫이 된다고 회사는 밝혔다.
업무 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AI 회사가 일자리 충격을 지분을 걸고 다룰 문제로 꼽았다는 점이다. Anthropic은 앞서 AI가 노동시장에 주는 영향을 연구하고 대응하는 데 2억 달러를 약속한 바 있다. AI 도입을 기획하는 쪽이라면 비용 절감 숫자 옆에 어떤 업무가 바뀌고 그 일을 하던 사람은 어디로 옮겨 가는지를 적는 칸을 두는 편이 앞으로 설명하기 쉬워진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누가 기금을 운영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주는지, 기준선이 되는 기업가치가 얼마인지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공개하겠다고만 했다. 주주 승인 전이라 5%라는 숫자도 아직 확정이 아니다.
herdr — 창을 닫아도 AI 코딩 세션이 산다
herdr는 Claude Code·Codex·Cursor·OpenCode 같은 AI 코딩 도구를 터미널(글자로 명령을 입력하는 검은 창) 여러 칸에 띄워 놓고 한꺼번에 관리하는 오픈소스 도구다. Rust로 만든 실행 파일 하나로 돌아가고, 라이선스는 상업적으로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Apache-2.0이다. 칸마다 AI가 일하는 중인지, 사람의 입력을 기다리며 멈췄는지, 쉬는 중인지가 표시된다.
핵심은 세션 유지다. 화면 창을 닫거나 원격 접속이 끊겨도 터미널은 뒤에서 도는 별도 서버에서 계속 실행된다. 컴퓨터를 재시작하면 실행 중이던 작업 자체는 끝나지만, 화면 배치를 되살리고 지원하는 AI 도구의 대화는 이어서 열 수 있다고 README(저장소 첫 화면의 설명서)는 설명한다. AI끼리 새 칸을 열고 서로 지시를 주고받게 하는 기능도 있다.
AI 코딩 도구를 여러 개 동시에 돌리다 편집기가 멈춰 작업이 날아간 경험이 있다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느 AI가 내 승인을 기다리는지 한눈에 보이니, 여러 작업을 걸어 두고 멈춘 칸만 찾아가 답하는 식으로 일하는 순서가 바뀐다. macOS·Linux에서는 Homebrew(맥·리눅스용 프로그램 설치 도구)로 설치할 수 있다.
Windows 지원은 아직 베타다. 작업마다 코드 사본을 따로 만들어 주는 기능은 설명서에 나오지 않으므로, 여러 AI가 같은 폴더를 동시에 고치지 않도록 작업 폴더는 직접 나눠 줘야 한다.
Lightpanda — 크롬보다 9배 빠른 AI용 브라우저
Lightpanda는 창을 띄우지 않고 뒤에서만 웹페이지를 열고 읽는 헤드리스 브라우저로, AI 에이전트와 자동화용으로 만들어졌다. 크롬을 고쳐 만든 것이 아니라 Zig라는 언어로 새로 짠 브라우저다. README의 측정표에서는 웹페이지 100개를 처리할 때 최대 메모리가 123MB로 헤드리스 크롬의 2GB보다 약 16배 적었고, 처리 시간은 5초로 46초보다 약 9배 빨랐다.
이 수치는 실제 웹페이지 933개를 네트워크로 받아 AWS 범용 서버 한 대에서 잰 결과다. 웹 자동화에 널리 쓰는 Puppeteer 같은 도구를 그대로 연결할 수 있고, AI 도구가 외부 기능을 꽂아 쓰는 표준 연결 방식인 MCP 서버로도 띄울 수 있다. 페이지를 HTML·마크다운·PDF로 받아 내는 기능과 사이트의 수집 허용 범위를 지키는 옵션도 들어 있다.
가격 비교, 공고 모니터링, 경쟁사 페이지 수집처럼 많은 페이지를 반복해 읽는 자동화를 돌리고 있다면 서버 비용과 대기 시간을 줄일 후보다. 같은 서버에서 더 많은 작업을 동시에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화면 모양보다 글 내용을 읽어 오는 작업부터 옮겨 보는 편이 안전하다.
측정은 만든 회사가 직접 했으므로 내 대상 사이트에서 다시 재 봐야 한다. 라이선스가 AGPL-3.0이라, 이 브라우저를 고쳐 외부 사용자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면 고친 소스도 공개해야 할 수 있다. Windows에서는 WSL2(Windows 안에서 리눅스를 돌리는 기능)로만 쓸 수 있다.
PaddleOCR-VL 1.6 — PDF 표·수식을 구조째 읽는다
바이두의 PaddlePaddle 팀이 5월 28일 문서 해석 모델 PaddleOCR-VL 1.6을 공개했다. PDF·스캔 이미지에서 글자뿐 아니라 표·수식·차트·도장까지 구조를 살려 뽑아내고, 약 0.9B(설정값 약 9억 개) 규모라 대형 AI 모델보다 훨씬 가볍다. 문서 해석 성능을 재는 시험인 OmniDocBench v1.6에서 96.33%를 냈다고 팀은 밝혔다.
OCR은 이미지 속 글자를 텍스트로 바꾸는 기술인데, 예전 방식은 글자만 읽고 표의 칸 구조나 수식은 흐트러뜨리기 쉬웠다. PaddleOCR-VL은 작년 가을 첫 버전부터 그림과 글을 함께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 약점을 줄여 왔고, 1.6에서는 표·차트·희귀 문자 인식을 개선했다고 설명한다. 모델 파일은 Apache 2.0 라이선스로 AI 모델 공유 사이트 Hugging Face에 올라와 있어 회사 컴퓨터에 내려받아 돌릴 수 있다.
보고서·견적서·공시 자료를 AI에 넣었는데 숫자 단위나 표 칸이 어긋나 돌아온 적이 있다면, 범용 챗봇에 PDF를 통째로 맡기기 전에 이 모델로 표와 숫자를 먼저 뽑아 두는 방식을 시험해 볼 만하다. 문서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보안 규정이 엄격한 곳에 유리하다.
점수는 개발팀이 직접 낸 것이고, 한국어 서식 문서에서 얼마나 정확한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설치하려면 정해진 버전 이상의 PaddlePaddle이 필요하고, 맥에서는 Docker(프로그램을 꾸러미째 돌리는 도구)를 쓰라고 안내한다. 처음이라면 IT 담당자와 함께 시험 환경을 잡는 편이 빠르다.
오늘 해 볼 것
AI 도입 계획서나 업무 자동화 목록을 열어, 항목마다 「이 일을 하던 사람은 무엇을 하게 되나」를 한 줄씩 적어 보자. AI 회사가 일자리 변화를 직접 지원 대상으로 꼽은 만큼, 내부 보고에서도 같은 질문이 곧 나온다.
AI 코딩 도구를 두 개 이상 동시에 쓴다면 macOS·Linux에서 brew install herdr로 설치하고, 작업 하나를 걸어 둔 채 창을 닫았다 다시 열어 보자. 작업이 그대로 이어지는지만 확인해도 일상 도구로 쓸지 판단할 수 있다.
웹페이지를 반복해 읽는 자동화가 있다면 사이트 하나만 골라 Lightpanda와 지금 쓰는 크롬 방식으로 같은 페이지 묶음을 처리해 메모리와 시간을 비교해 보자. 외부에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라면 AGPL 조건을 법무 담당과 먼저 확인한다.
숫자가 자주 틀리던 민감하지 않은 PDF 한 건을 골라 PaddleOCR-VL 1.6으로 표를 뽑고, 원본과 숫자·단위를 한 칸씩 대조해 보자. 이 대조표 하나가 모델을 업무에 넣을지 정하는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