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모델인데 결과가 갈린다

9월 넷째 주에 앤트로픽의 Claude Opus 5.5와 오픈AI의 GPT-6 Sol이 같은 날 두 시간 차이로 나왔다(영상 속 최승준 발언). 모델은 질문을 받아 글·코드·그림을 만들어 내는 AI의 본체이고, 둘은 두 회사의 주력 모델이다. 최승준은 최근 이런 모델이 평균 70일 간격으로 나온다고 봤다.
영상에서 최승준은 Opus 5.5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 만에 엔딩까지 약 2시간 플레이하는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첫 요청문을 쓰는 데 10분, 마을과 옆 맵이 나오는 첫 버전이 만들어지는 데 20분이 걸렸다. 그림 파일이나 음악 파일은 하나도 가져다 쓰지 않았고, 캐릭터 그림과 배경 음악까지 전부 코드로 만들었다. 코드는 컴퓨터가 알아듣는 명령문이다.
이런 도구가 나와도 회사 생산성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질문이 계속 나온다. 노정석의 답은 짧다. AI를 강하게 받아들여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변화가 쭉쭉 일어나고,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이 모인 곳은 뭘 보여줘도 안 된다. 그래서 이것은 AI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쓰는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영상에서는 이런 관찰도 이어졌다. AI를 이것저것 많이 써 보고 많이 된다는 걸 먼저 알아챈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렇지 않던 사람도 1~2년 지켜보니 결국 AI를 많이 쓰는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변화는 오지만 사람마다 다른 시간에 온다.
막히는 지점 셋 — 4주 수업에서 본 것
최승준은 최근 마친 4주 수업에서 학생들이 흥미로운 결과물을 냈지만 막히는 지점도 분명했다고 했다. 셋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무엇이 가능한지 모른다. 그는 상한을 열어 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했다. 지금 AI로 어디까지 되는지 먼저 조사하고 직접 실험해 보면 따라 하거나 응용할 거리가 생긴다. 그걸 모르면 옆에 최고 성능 모델을 두고도 늘 쓰던 만큼만 쓴다.
둘째, 너무 일찍 멈춘다. 그는 가끔은 브레이크를 너무 일찍 잡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해줘'만 반복해서는 안 되는 구간이 있고, 몰입해서 밀어붙여야만 넘는 구간이 여전히 있다. 처음 결과가 기대보다 못하다고 거기서 멈추면 그 구간을 못 넘는다.
셋째, 용어를 몰라 시키지 못한다. 그가 든 예는 Three.js와 MediaPipe다. Three.js는 웹 브라우저 안에 3D 화면을 그리는 도구 모음이고, MediaPipe는 카메라 영상에서 손과 얼굴의 움직임을 읽어 내는 구글의 도구다. 이런 이름을 모르면 AI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요청문에 넣지 못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그 분야의 개념어와 주요 인물, 역사를 알고 있어서 필요할 때 꺼내 쓰지만, 초보자는 그 과정이 통째로 빠진다는 것이 그의 걱정이다.
노정석은 이 관찰이 예술 창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와 비즈니스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받았다.
해 봐야 보인다
최승준은 모델과 대화하다 나온 '인식론적 행위(epistemic action)'라는 말을 소개했다. 테트리스에서 블록이 어디에 맞는지 알려면 블록을 돌려 봐야 한다는 뜻이다. 머릿속으로 예측만 해서는 안 보이고, 손으로 해 봐야 보이는 것이 있다.
노정석은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이 지금 물과 기름처럼 갈려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출장을 다녀오니 그사이 세상이 휙 가 버려 머리가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새 모델이 나오는 간격이 짧을수록, 직접 써 보는 일을 미루는 비용이 커진다.
이번 주에 팀에서 해 볼 세 가지
막히는 지점 셋에 하나씩 맞춘다. 새 도구를 사거나 전사 교육을 잡기 전에, 팀장 한 사람이 이번 주 안에 할 수 있는 크기로 잡았다.
첫째, 남이 만든 결과물 세 개를 같이 본다. 이번 달에 나온 모델로 다른 사람이 만든 시연 결과물을 세 개 찾아 팀 회의 30분 동안 함께 본다. 목적은 감탄이 아니라 '우리 업무에서 이만큼 되면 무엇이 바뀌나'를 한 줄씩 적는 것이다. 상한을 알아야 요청의 크기가 커진다.
둘째, 필요한 용어부터 AI에게 묻는다. 만들고 싶은 것을 한 문장으로 적고, 그걸 만들려면 어떤 도구와 용어를 알아야 하는지 먼저 물어본다. 모르는 이름을 AI가 먼저 꺼내 주면 그 이름을 다음 요청문에 넣을 수 있다. 반대로 우리 업무의 전문용어는 우리가 AI에게 알려 줄 쪽이다. 그 용어를 이미 아는 것이 현업의 강점이다.
셋째, 한 작업을 끝까지 고쳐 시킨다. 첫 결과가 별로여도 바로 접지 말고,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가며 같은 작업을 다섯 번 넘게 다시 시킨다. 어디서 넘어가고 어디서 막히는지는 그렇게 밀어 본 사람만 안다.
| 막히는 지점 | 영상 속 관찰 | 이번 주에 할 일 |
|---|---|---|
| 무엇이 가능한지 모른다 | 최고 모델을 옆에 두고도 늘 쓰던 만큼만 쓴다 | 남이 만든 결과물 세 개를 팀이 같이 보고 우리 업무에 옮기면 무엇이 바뀌는지 적기 |
| 용어를 몰라 시키지 못한다 | Three.js·MediaPipe를 몰라 요청문에 못 넣는다 | 만들고 싶은 것을 적고 필요한 도구·용어부터 AI에게 묻기 |
| 너무 일찍 멈춘다 | '해줘'만으로는 못 넘는 구간이 있다 | 한 작업을 짚어 가며 다섯 번 넘게 다시 시키기 |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아래 일을 AI로 만들고 싶다.
[만들고 싶은 것 한 문장. 예: 매주 거래처별 주문량을 모아 표와 그래프로 보여 주는 화면]
이걸 만들려면 어떤 도구와 용어를 알아야 하는지 10개만 알려 줘.
각각 한 줄 설명과, 그 용어를 넣어 너에게 다시 요청할 때 쓸 예시 문장을 붙여 줘.이 글의 근거와 한계
이 글의 근거는 AI Frontier Korea EP 116(2026년 9월 27일 녹화, 노정석·최승준·박종현)의 대담이다. 세 사람의 관찰과 의견이며, 회사 생산성을 잰 통계가 아니다. 인용은 자막을 바탕으로 뜻을 살려 옮겼다.
그래서 이 글은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원인을 증명하지 않는다. 같은 도구를 들고도 결과가 갈리는 현장을 두고 무엇부터 해 볼지를 정리했다. 해 봐야 보인다는 말은 이 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