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클로와 헤르메스는 각각 무엇인가
둘 다 오픈소스 AI 에이전트다. 내 PC나 서버에 설치해 두고 텔레그램·슬랙·디스코드 같은 메신저에서 '이 폴더 정리해줘', '이 자료 찾아서 표로 만들어줘'라고 쓰면 실제로 파일을 만들고 코드를 짜고 웹을 검색한다. 챗봇과 다른 점은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컴퓨터에서 명령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비서 한 명을 고용한 것과 같은 구조라고 보면 된다.
오픈클로는 오스트리아 개발자 페터 슈타인베르거가 만들어 2026년 초에 크게 화제가 됐다(이전 이름은 Clawdbot·Moltbot). 2026년 2월에 창업자가 OpenAI에 합류하면서 프로젝트 자체는 독립 재단으로 넘어갔고, OpenAI가 자금과 자원을 대는 구조가 됐다. 헤르메스는 Nous Research가 만들어 지금도 직접 운영하는 에이전트다.
둘 다 소프트웨어 자체는 오픈소스라 내려받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붙일 수 있는 AI 모델도 클로드·GPT·제미나이는 물론 중국 모델이나 로컬 모델까지 수십 개로 사실상 같다. 그래서 '어느 쪽이 기능이 더 많은가'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 질문이다. 기능 목록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다섯 기준을 표 하나로 보면
아래 표가 이 글의 결론이다. 우위 칸이 헤르메스 쪽에 몰려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헤르메스라는 뜻은 아니다. 반반인 두 칸이 사용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히기 때문이다.
| 비교 기준 | OpenClaw | Hermes | 우위 |
|---|---|---|---|
| 자기 학습 | 사람이 승인해야 스킬 등록 | 작업 끝나면 스킬 자동 생성 | Hermes |
| 보안 | 기본 설정 무제한 · CVE 138건 | 8층 방어 기본 적용 | Hermes |
| 메모리 | 날짜별 일기 · 드리밍 자동 정리 | 핵심 기억 항상 프롬프트에 | 반반 |
| 스킬 생태계 | 수천 개 · 대부분 사람이 작성 | 8만8천 개 이상 · 자동 생성 다수 | 반반 |
| 지속성 | 재단 이관 · 창업자 이직 | 누스리서치 직접 운영 | Hermes |
헤르메스는 어떤 순간에 스킬을 스스로 남기는가
여기서 말하는 스킬은 '이런 종류의 일은 이렇게 처리한다'를 적어 둔 메모장이다. 다음에 비슷한 일을 시키면 에이전트가 그 메모를 꺼내 그대로 따라 한다. 매번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으니 빨라지고, 결과도 일정해진다.
오픈클로도 스킬을 만든다. 다만 초안까지다. 사람이 등록을 승인해야 진짜 스킬이 된다. 통제권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장점이 있고, 대신 계속 챙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헤르메스는 승인 없이 저장한다. 그렇다고 아무 작업이나 남기지는 않는다. 공식 문서가 밝히는 네 순간이 있다. 첫째, 도구를 다섯 번 넘게 쓴 복잡한 작업을 성공으로 끝냈을 때. 둘째, 에러나 막다른 길을 헤매다 되는 방법을 찾았을 때. 셋째, 사용자가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해'라고 방식을 고쳐 줬을 때. 넷째, 처음 보는 작업 흐름을 만났을 때. 원칙은 하나다. 다시 쓸 만한 것만 남긴다.
저장 위치는 홈 디렉터리 아래 ~/.hermes/skills/다. 파일이라 언제든 열어서 읽고 고치고 지울 수 있다. 그래서 깔자마자 모든 것을 다 해 주는 도구라기보다, 쓰면 쓸수록 내가 일하는 방식에 맞춰지는 도구에 가깝다. 자체 생성 스킬이 20개를 넘으면 비슷한 종류의 작업이 40% 빨라진다는 독립 벤치마크(TokenMix, 2026년 4월)도 있다. 다만 성격이 완전히 다른 작업에는 통하지 않는다.
CVE 138건과 8층 방어는 실제로 무슨 뜻인가
CVE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매기는 보안 취약점 번호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뚫리는 곳이 발견되면 거기에 번호를 붙여 공개해 버린다. 즉 '여기가 뚫린다'고 공개된 구멍이 몇 개인지 세는 지표다.
오픈클로는 2026년 2월부터 4월 사이에만 138건이 공개됐다. 그중 심각(critical) 등급이 7건, 높음(high) 등급이 49건이다. 원격 코드 실행이나 권한 상승처럼 남의 컴퓨터를 실제로 장악할 수 있는 종류가 포함된다. 기본 설정이 사실상 무제한이고 위험 관리는 운영자가 알아서 한다는 설계 철학의 대가다.
헤르메스는 반대다. 잠금장치를 처음부터 켜 둔다. 위험한 명령은 실행 전에 사람에게 한 번 물어보고, 에이전트를 격리된 컨테이너에 가둬 시스템 파일을 못 건드리게 하고, 비밀번호나 토큰 같은 민감한 값은 걸러내고, 웹에서 읽어 온 문서는 프롬프트 인젝션 패턴을 검사한 뒤에야 시스템 프롬프트에 넣는다. 공식 문서는 이 구조를 8층 방어(defense-in-depth 8단계)라고 부른다.
취약점 개수가 곧 위험도인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프로젝트는 그만큼 많이 발견되고 빨리 고쳐지기도 한다. 다만 설치 직후에 스스로 설정을 조일 자신이 없다면, 기본값이 안전한 쪽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다.
메모리와 스킬 생태계는 왜 반반인가
메모리는 둘 다 파일 기반이라는 점이 같다. 사람이 열어보고 고칠 수 있고,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가 감춰지지 않는다. 투명성은 어느 쪽도 부족하지 않다. 갈리는 것은 그 위에 얹은 방식이다.
오픈클로는 날짜별로 일기처럼 남긴다. 그날 한 일을 날짜 파일로 쌓아 두고, 드리밍이라 부르는 과정이 백그라운드에서 그 기록을 훑어 중요한 것만 장기 기억으로 올린다. 사람이 자면서 기억을 정리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헤르메스는 핵심 파일을 일부러 가볍게 유지한다.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그 파일을 통째로 시스템 프롬프트에 넣기 때문이다. 대신 방대한 대화 기록은 검색 가능한 형태로 따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낸다. 항상 나를 기억한 상태로 대화를 시작하는 쪽이다.
스킬 개수도 우열이 아니다. 헤르메스는 전 레지스트리를 합쳐 8만8천 개가 넘지만 상당수가 AI가 자동으로 만든 것이라 품질이 고르지 않다. 오픈클로는 수천 개 수준이지만 대부분 사람이 직접 짜서 믿을 만하다. 숫자냐 신뢰냐의 차이지 우열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는 공짜인데 왜 돈이 나가나
에이전트 프로그램 자체는 공짜다. 그런데 머리 역할을 하는 AI 모델 값은 따로 나간다. 이걸 모르고 시작하면 첫 청구서에서 놀란다. 공짜라는 말에 그대로 혹하면 안 되는 이유다.
붙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이미 쓰고 있는 구독(ChatGPT나 Claude 등)을 연결하는 방법, 그리고 오픈라우터 같은 중개 서비스에 종량제로 붙이는 방법이다. 오픈라우터는 여러 회사의 모델을 계정 하나로 골라 쓸 수 있어서 저렴한 모델로 시작해 보기에 좋다.
현실적인 비용은 싼 모델과 저렴한 서버를 쓰면 월 1~2만원 선, 좋은 모델을 제대로 쓰겠다면 3~10만원 선이다. 처음에는 싼 모델로 붙여 실제 작업을 시켜 보고, 결과가 부족할 때만 올리는 순서를 권한다.
그래서 무엇을 깔아야 하나
규칙은 두 줄이다. 직접 만지고 조립하는 것이 재미있고 회사에서 여러 명이 같이 쓰며 기록이 투명해야 한다면 오픈클로다. 한 번 세팅해 두고 알아서 커 가는 쪽이 좋고, 보안이 중요하고, 혼자 일하는 1인 기업가나 개발자라면 헤르메스다.
설치 후 첫 30분은 이렇게 쓴다. 첫째, 모델 연결부터 정한다. 기존 구독을 연결할지 오픈라우터로 종량제를 쓸지 여기서 결정한다. 둘째, 메신저를 하나만 붙인다. 텔레그램이든 슬랙이든 평소에 제일 자주 여는 것 하나면 충분하다. 셋째, 실제로 매주 반복하는 일 하나를 그대로 시켜 본다. 헤르메스라면 그 작업이 끝나는 순간 스킬이 남았는지 ~/.hermes/skills/ 폴더를 열어 확인해 보면 자기 학습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된다.
해외 커뮤니티에는 오픈클로로 시작했다가 헤르메스로 옮겼다는 글이 적지 않다. 화려한 쪽을 먼저 만져 보고 오래 굴릴 쪽을 찾아간 흐름이다. 다만 이것은 취향과 사용 맥락의 문제이지 한쪽이 열등해서가 아니다. 위 표에서 자기 칸이 어디에 걸리는지만 보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