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s·2026-10-13

케이티 딜(Stripe) — 좀비 UI는 프롬프트가 아니라 디자인 시스템과 편집자가 막는다

Stripe 디자인 총괄 케이티 딜은 AI로 누구나 화면을 빨리 만드는 지금을 2차대전 뒤 건축 붐에 빗댄다. 그때 모더니즘을 이유 없이 베낀 건물이 도시를 채웠듯, 지금은 맥락도 브랜드도 없는 「좀비 UI」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그가 권한 처방은 네 가지다. 기준을 먼저 세우고, 그 기준을 디자인 시스템에 심고, 「다 만들었다」와 「좋다」를 구분하는 편집자를 두고, AI로 아낀 비용을 새로운 시도에 쓴다.

조판 요약 그림: 제목 「좀비 UI는 프롬프트가 아니라 디자인 시스템과 편집자가 막는다」 아래, 왼쪽에 좀비 UI가 나오는 세 경로(가장 흔한 답·완성됐다는 착각·일회용 취급), 오른쪽에 케이티 딜의 처방 네 가지(기준을 먼저 세운다·기준을 디자인 시스템에 심는다·편집자를 둔다·AI로 아낀 비용을 새로운 시도에 쓴다)와 Protect the strange 문구를 나란히 정리했다.
케이티 딜 강연의 뼈대 — 좀비 UI가 생기는 세 경로와 처방 네 가지.

좀비 UI — 전후 건축 붐에서 빌려 온 이름

Stripe 디자인 총괄 케이티 딜(Katie Dill)이 Lenny and Friends Summit 2026 강연에서 꺼낸 비유는 건축이다. 2차대전이 끝나자 미국에는 역사상 가장 큰 건축 붐이 왔다. 새 공법이 나왔고 건물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때 건축가들은 1920년대 모더니즘 양식을 가져다 썼다. 단순한 기하학, 꾸밈없는 면, 한두 가지 색이 특징인 양식이다.

딜은 모더니즘을 만든 사람들에게는 의도가 있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뒤다. 서둘러 지어야 했고, 양식은 이유 없이 복제됐다. 생각은 점점 얇아졌고 남은 것은 맥락에 맞지 않는 뻔한 틀이었다. 예전 은행 건물은 신뢰·안정·안전을 겉모습으로 보여 줬지만, 붐 이후의 은행은 다른 건물과 구별되지 않았다.

딜은 이런 건물을 좀비 건물이라고 부른다. 무엇과도 구별되지 않고, 쓰는 사람과 주변 맥락과 브랜드를 배려하지 않은 건물이다. 그리고 지금이 또 한 번의 건축 붐이라고 본다. AI 덕분에 예전에 30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하고, 누구나 화면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붐에서 나오는 화면이 같은 길을 가면 그것이 좀비 UI다. 단조롭고, 비어 있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화면이다.

AI가 좀비 UI를 만드는 세 가지 경로

강연 슬라이드 화면: 어두운 배경에 「Utah's #1 All-You-Can-Eat Korean BBQ & Hot Pot」 제목, 지점 선택 버튼과 메뉴 버튼이 있는 한식 바비큐 식당 웹사이트. 케이티 딜이 개성 없는 좀비 UI의 예로 보여 준 화면이다.
강연 화면 캡처(YouTube). 딜은 「아주 괜찮은 웹사이트일 것」이라면서도 식당다운 성격도, 쓰는 사람의 맥락도 없다고 짚었다.

첫째, 가장 흔한 답이다. ChatGPT·Claude 같은 대화형 AI의 바탕인 LLM(대규모 언어 모델)은 확률이 가장 높은 답을 잘 낸다. LLM은 방대한 글을 읽고 다음에 올 말을 맞히도록 학습한 모델이다. 그래서 이미 유행했거나 잘 먹혔던 것을 잘 알려 준다. 반대로 내 브랜드와 내 사용자에게만 맞는 답에는 약하다. 딜이 보여 준 예는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보이는 한식 바비큐 식당 사이트다. 멀쩡한 사이트지만 식당다운 구석이 하나도 없다.

둘째, 완성됐다는 착각이다. AI는 무언가를 아주 빨리 끝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딜은 냉동 부리토에 빗댔다.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레인지에 90초 돌리면 점심이 된다. 거의 못 먹을 맛이어도 빨라서 넘어간다. 문장 하나를 치면 모서리가 둥글고 그림자가 들어간 화면이 나온다. 다 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문제를 푸는지, 다른 것과 구별되는지는 따로 물어야 한다.

셋째, 일회용 취급이다. 너무 쉽고 빨리 만들어지니 버려도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결정에 대한 책임을 놓친다. 이 화면을 누가 계속 고치고 관리할지 같은 긴 호흡의 질문이 빠진다.

딜은 이 세 가지가 겹치면 도시가 똑같은 건물로 덮이듯 화면도 그렇게 된다고 경고한다. 반대 사례로는 작은 정성이 보이는 화면을 들었다. 캘린더를 열어 둔 브라우저 탭에 오늘 날짜가 표시되는 것, 결제를 대신하는 에이전트가 겪을 문제를 미리 내다보고 해결 안내를 넣어 둔 것 같은 디테일이다. 에이전트는 사람 대신 여러 단계를 스스로 처리하는 AI 프로그램이다.

처방 1 — 기준을 먼저 세운다: 「어떻게 만들었든 결과물이 좋은가」

Stripe는 낙관(optimism)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색, 문장, 다루는 주제, 내놓는 제품까지 크고 작은 디테일에 넣는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만들고 많은 것이 바뀌기 때문에 이 기준을 함께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딜은 말한다.

기준이 시험받은 장면도 소개했다. 광고 시안을 검토하는 디자인 리뷰에서 빨리 내보내고 싶던 협업 부서 동료가 물었다. AI로 만든 것의 품질 기준은 뭔가. 딜의 답은 만든 방식은 사용자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용자가 신경 쓰는 것은 좋으냐 아니냐이고, Stripe도 그래야 한다. 그 자리에서 기준을 맞춘 뒤 팀은 고칠 점 17개를 들고 나왔다. 서리 표현을 조금씩 손보고,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하고, 거품을 조금 작게 하는 식이었다. 사내에서는 이런 꼼꼼한 손질을 「Pepsi bubbling」이라는 동사로 부른다고 한다.

목표는 완벽이 아니다. 고객이 볼 수 있는 것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딜은 그 정성이 결국 고객에게 전해진다고 본다.

이 기준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알아차리는 힘을 든다. 사용자가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무엇이 훌륭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지 계속 눈여겨보라는 것이다. 쓰는 제품만이 아니라 예술·과학처럼 다른 분야에서도 찾으라고 했다.

처방 2 — 기준을 기계에 심는다: 화면이 아니라 디자인 시스템을 설계한다

Stripe가 디자인 문서를 읽는 MCP를 붙였을 때와 디자인 시스템 위에 CLI를 만든 지금을 비교한 그림

딜은 앞으로 모든 결정에 사람이 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디자이너 없이 만들어지는 화면, 사람이 자는 동안 문제를 찾아 고치는 에이전트, 사용자에게 맞춰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화면이 이미 나온다. 그래서 디자인 시스템이 다시 주목받는다고 본다. 디자인 시스템은 색·글꼴·버튼 같은 부품과 쓰는 규칙을 한데 모은 회사의 화면 설계 규약이다.

예전 디자인 시스템은 다 적어 두지 않아도 됐다. 빈칸은 늘 그 자리에 있던 디자이너가 채웠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러 사람과 에이전트가 흩어져 만들기 때문에 결정을 더 분명하게 정의해 둬야 한다. 딜의 표현으로는 디자인의 대상이 더는 화면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다.

그가 든 역사 사례는 구텐베르크다. 구텐베르크는 소문자 26자와 대문자 26자만 만든 것이 아니라 폭이 다른 글자, 약자, 이음자까지 290종의 활자를 만들었다. 양쪽 정렬로 찍을 때 단어 사이에 어색한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기계로 찍어도 손으로 쓴 것처럼 보이도록 시스템을 충분히 넓고 충분히 확고하게 만든 셈이다. 딜은 옛 시스템이 일관성을 퍼뜨렸다면 새 시스템은 의도를 퍼뜨려야 한다고 정리한다.

Stripe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도 말했다. 처음에는 디자인 문서를 읽는 MCP를 붙였다. MCP는 AI가 외부 문서나 도구를 읽고 쓸 수 있게 잇는 연결 규격이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았고, 세 사람이 같은 프롬프트(AI에게 주는 요청 문장)를 넣으면 세 가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금은 디자인 시스템 위에 CLI를 만들어 쓴다. CLI는 터미널에서 명령어로 부리는 프로그램이다. 이 CLI가 AI를 훨씬 말 잘 듣게 만드는 틀 역할을 하고, 만드는 사람이 일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필요한 문서를 필요한 때에만 넣어 준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AI가 앞 내용을 흐리게 다루는 문제를 피하려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부품만 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면 템플릿과 사용 흐름까지 넣어서, 시스템이 Stripe 제품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를 안다. 딜은 예전보다 훨씬 확고한 의견을 가진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것은 바닥일 뿐이라고 덧붙인다. 건축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말을 빌려, 시스템은 모든 규칙을 지키고도 죽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처방 3 — 「다 만들었다」와 「좋다」를 헷갈리지 않는다: 편집자의 자리

강연 슬라이드 화면: 텐트·모닥불·빨간 캠핑 버스가 있는 3D 숲속 야영지 애니메이션의 두 장면을 나란히 놓은 비교. 같은 장면을 반복해 다시 만드는 과정을 보여 준다.
강연 화면 캡처(YouTube). 애니메이션 하나를 56번 다시 만든 과정 중 두 장면. 딜은 AI가 시도할 수 있는 폭을 넓혔지만 끝까지 다듬은 것은 사람의 눈이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품질을 거르는 일이 개발 과정 곳곳에 들어 있었다. 아이디어가 20개여도 사람을 붙일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고, 진행하면서 계속 찔러 보고 다듬었다. 지금은 아이디어 20개를 일주일 만에 만들어 볼 수 있다. 가상의 제품을 놓고 회의하는 대신 실제 결과물을 만져 볼 수 있다는 점은 좋다. 대신 거르는 일이 만든 뒤로 밀렸고, 이미 만든 것에 아니라고 말하기는 훨씬 어렵다.

그래서 딜은 편집자 역할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며 이것들이 하나의 온전한 제품이 되는지 판단하는 사람이다. 만들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끝났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로 익혀야 한다고 했다.

편집 실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사용자처럼 직접 겪어 보라고 한다. 정말 문제를 푸는가, 사용자가 생각하는 방식에 맞는가, 앞뒤가 이어지는가를 본다. 따로 볼 때는 괜찮던 화면도 사용자 여정, 즉 들어와서 일을 끝내고 나갈 때까지의 흐름으로 이어 붙이면 어긋나 보이는 경우가 많다. 편집은 통과·탈락을 가르는 일만이 아니라, 덜 된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일이기도 하다.

딜은 나빌 쿠레시의 글을 인용해 AI가 만든 조잡한 결과물이 거슬리는 이유를 디테일이 상관없다는 느낌에서 찾는다. 컵이 초록색인데 파란색이었어도 아무 차이가 없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편집자는 모든 결정, 사실상 모든 픽셀에 책임을 진다.

그 예로 애니메이션 하나를 56번 다시 만든 사례를 보여 줬다. 첫판도 볼 만했지만 한 프레임씩 뜯어보면 움직임이 어딘가 덜컹거렸다. 56번을 고친 끝에 더 사실적이고 생기 있는 장면이 됐다. 딜은 AI가 없었다면 그렇게 복잡한 장면이나 그렇게 많은 시점을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한 번에 끝나지는 않았지만 AI가 시도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처방 4 — 이상한 것을 지킨다: AI로 바닥이 아니라 천장을 올린다

딜이 가장 아낀다고 한 마지막 처방이다. AI는 단조로움을 대량생산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큰 창작 촉매이기도 하다. 누구나 무언가를 만드는 때일수록 남과 달라지는 일은 더 어렵고 더 중요해진다.

그는 채팅창·차트·명령줄이 지금 시대 인터페이스의 완성형일 리 없다고 말한다. 인터페이스는 사람이 컴퓨터와 주고받는 창구, 즉 화면과 조작 방식이다. 멀티터치가 전혀 새로운 조작을 가능하게 했고 신시사이저가 새로운 소리를 만들었듯, AI로 새 인터페이스와 새 미감을 만들 때라는 것이다. 좋은 방법론은 아직 쓰이지 않았고 우리가 쓰면 된다고 했다. Stripe에서는 사람인 마블링 작가가 만든 무늬로 출판물 표지를 만든 뒤 AI로 색과 선을 더 다듬었다. 사람의 판단을 AI로 넓힌 사례다.

AI를 더 나은 창작 파트너로 쓰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입력을 구체적으로 주는 것이다. 「한식 바비큐 식당 웹사이트가 필요해」에서 멈추지 말고, 우리가 믿는 것, 좋다고 보는 것, 아끼는 것을 함께 넣고 기준을 만들 때 참고한 자료도 넣는다. 다른 하나는 출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부리토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한 단계 더 밀어붙이고, 비판하는 역할의 에이전트를 붙여 결과물을 두들겨 보게 한다. 그래도 더 나은 것을 끝까지 요구하는 주체는 자신이어야 한다고 했다.

딜은 이것들이 요령일 뿐이고 더 어려운 것은 문화라고 말한다. 틀에 맞춘 패턴을 따르는 쪽이 안전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팀을 이끄는 사람에게는 AI를 쓰라고만 말하지 말고 탐색할 여지를 주라고 권한다. 그의 표현은 「이상한 것을 지켜라(Protect the strange)」다. AI가 만드는 비용을 낮췄으니 그 절약분 일부를 정말 특별한 것을 만드는 데 쓰자는 것이다. 이미 만들던 것을 더 빨리 만드는 데만 쓰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놓친다. AI는 바닥만이 아니라 천장도 올릴 수 있다.

맺음 — 고딕 성당처럼, 만든 사람의 손길이 보이는 제품

딜은 전후 모더니즘의 정반대 사례로 고딕 건축을 든다. 19세기 영국 비평가 존 러스킨은 고딕 건물이 하나도 같지 않고 기둥 하나조차 서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디테일마다 만든 사람의 손과 생각이 드러나 정성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딜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사용자는 3D 애니메이션을 30분 만에 만들었다는 데 감탄하지 않는다. 자기 문제를 풀어 주고, 필요를 먼저 내다본 디테일이 있고, 브랜드에 성격이 있을 때 감탄한다. 이번 건축 붐에서 좀비 건물의 디지털 판을 만들지 않을 수 있고, 창작의 르네상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강연의 마지막 말이다.

오늘 바로 해 볼 것 — 강연에서 딜이 직접 권한 네 가지

하나, AI에 화면이나 글을 요청할 때 브랜드가 믿는 것, 무엇이 좋은지의 기준, 참고 자료를 요청 문장에 함께 넣는다. 「식당 웹사이트를 만들어 줘」 한 줄로 끝내지 않는다.

둘, 나온 결과를 사용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써 본다. 화면 하나가 아니라 들어와서 일을 끝내고 나갈 때까지의 흐름으로 본다.

셋, 첫 결과에서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고친다. 비판하는 역할의 AI에게 따로 검토를 맡겨 약점을 찾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넷, 팀을 이끈다면 같은 결과를 더 빨리 내는 데 그치지 말고, 낯선 시도를 해 볼 시간과 여지를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