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2시 사랑방]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 AI는 나노테크와 같은 길, 장기적으로 과소평가 중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이 출연해 AI 투자를 둘러싼 논란을 진단했다. 그는 로이 아마라의 '기술 효과는 단기적으로 과대평가되고 장기적으로 과소평가된다'는 명제를 인용하며, 1970년대 나노테크놀로지가 처음 화제였다가 실망을 거쳐 지금은 모든 산업에 스며든 것처럼 AI도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메타버스는 기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서버·인프라의 근본적 불편함 때문에 거품임을 초기에 판별할 수 있었다고 대비했다.
현재 시장에 나쁜 신호와 좋은 신호가 섞여 있다고 짚었다. 나쁜 신호는 엔비디아-오픈AI 간 순환매출 구조, 전력 부족과 주민 반발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계획보다 늦어지는 점, 현금흐름이 GPU·메모리 제조사 쪽으로 쏠리는 점이다. 좋은 신호는 이런 비용 증가를 다 반영하고도 앤트로픽의 영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26년 데이터센터 건설량이 25년의 7배인데 진도율 70%면 절대량은 훨씬 크다는 점, 중국의 오픈웨이트 모델(키미 등)이 구형 GPU로도 높은 성능을 내면서도 메모리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이다.
AI 버블 논란의 실제 진원지는 오픈AI라고 짚었다. 앤트로픽은 B2B 매출이 24년 4월 연환산 300억 달러에서 26년 6월 470억 달러로 급증하며 8억명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를 매출 기준 두 배 차이로 따돌렸는데, 정작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벌이는 곳은 오픈AI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미중 AI 전략 차이로 해석했다. 미국은 프론티어 AI(인간 지능을 넘는 AI) 선점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모든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지능형 제조' 전략과 오픈웨이트 모델 무상 공개로 미국의 프론티어 AI 수익성을 압박하는 전략을 쓰고 있으며, 이 전략의 핵심 타깃이 바로 오픈AI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중 투자액 격차가 10배임에도 성능 격차는 2~3%까지 좁혀졌고, 창신메모리 상장으로 중국이 국가 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자금 조달력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세탁기 비유를 반박했다. 세탁기가 늘면 빨래량 자체가 늘어나듯(제본스의 역설), AI 투자도 수요를 스스로 창출한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삼성 갤럭시의 AI 기능이 판매 1위 요인이 된 사례를 들며 AI가 모든 제품에 결합되는 추세를 짚었고, 에이전틱 AI가 본격화하면 토큰 소비량이 현재의 150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에이전트 대중화의 걸림돌은 보안 표준 미비(결제 정보 위임 등)이며 중국은 이미 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빠르게 상용화 중이라고 소개했다.
[12시 사랑방] 박태웅 의장 — 한국의 AI 풀스택 전략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장기 공급계약
박태웅 의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발언("알고리듬 경쟁을 넘어 컴퓨팅 자원, 에너지, 데이터, 산업 적용 속도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을 한국이 미중 양쪽에 던진 이중 메시지로 해석했다. 미국에는 반도체·에너지·데이터 등 미국이 갖지 못한 풀스택 역량을 한국이 보완할 수 있다는 신호를, 나머지 국가들에는 '미국은 비싸고 중국은 못 믿겠다면 한국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배터리, 고출력 변전·변압, 고압 직류 송전, 태양광·풍력, 반도체, 대용량 데이터센터 구축 경험, 엔비디아 대비 전성비 2배인 국산 NPU(퓨리오사·리밸리언 등), 독자 AI 모델까지 엔드투엔드로 갖춘 유일한 비중국 국가라는 것이다.
다만 가장 큰 과제로 '디테일 부재'를 지적했다. 정부 정책이 아웃풋(예: '모두 AI를 하겠다')에만 머물고 아웃컴(구체적 목표 수치)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데이터센터를 운영 노하우 없이 단순 임대 형태로 지으면 GPU는 엔비디아, 모델 마진은 오픈AI·앤트로픽이 가져가고 한국은 감가상각과 전기료, 부지 임대료만 남는 '부동산 임대업'으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국산 NPU 활용, 가동률 개선(통상 35%를 70%로), 운영 소프트웨어 내재화 등 디테일을 채우면 레이어마다 마진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부지 확보와 전력망 노후화로 데이터센터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한국은 에너지 인프라 전반을 자체 보유해 유리하다며, 엔비디아의 네이버·SK텔레콤 대규모 투자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브로드컴, SK하이닉스-엔비디아 계약의 의미도 짚었다. 브로드컴 계약은 메모리 대량 구매, GPU 독자 설계 지원, 2나노급 파운드리 물량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되며, 삼성전자가 2나노 수율을 TSMC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그간의 파운드리 적자를 만회할 대량 주문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계약들은 사실상 장기 공급계약(LOI·MOU)으로 반도체 사이클을 완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엔비디아 계약은 2GW급 데이터센터 건설과 엔비디아 칩 구매가 맞물린 구조로, 코로케이션이 아닌 운영 노하우 내재화 방식으로 갈 경우 한국이 아시아 AI 데이터센터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로 인한 부의 재분배 방안으로는 국부펀드·지분 참여형 모델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10년간 매년 2~3조원의 세금 감면·R&D 지원을 받아온 만큼 그 이익의 일부는 국민 몫이라는 논리를 제시했고, 신안군 태양광 사업이 지분 참여를 통해 가구당 연 750만원의 배당을 지급하며 인구 증가를 이끈 사례를 들어 한국 전체가 AI·에너지 펀드에 지분 참여하는 방식이 현실적 사회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일자리 감소는 이미 확정된 미래이므로 이를 정치 구호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부의 재분배 문제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