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2시 사랑방] 세미콘리서치랩 노근창 대표, AI발 메모리 수요 사이클 여전히 초기 국면
이날 12시 사랑방에는 28년간 반도체 산업을 분석해온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13년간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뒤 최근 독립해 세미콘리서치랩을 설립한 노근창 대표가 출연했다. 노 대표는 최근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등이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발언에 대해, IPO를 앞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했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만큼 뛰어나다는 메시지를 통해 기업가치 멀티플을 높이는 동시에, 컴플라이언스와 안전성을 강조함으로써 오픈AI·앤트로픽·구글 출신 인력들이 만드는 후발 스타트업들의 비용 부담을 늘려 진입장벽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표는 이런 속도조절론이 AI 투자 축소나 데이터센터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보안·검증 기능이 반도체 설계에 추가되면 파운드리와 메모리 모두 원가가 상승하지만 이는 곧 가격 프리미엄으로 이어져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TSMC의 경우 이번 주가 조정에서도 거의 하락하지 않은 점을 사례로 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음 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약 14조원 이상, SK하이닉스는 약 7~8조원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현재 40GW 수준에서 2030년까지 120GW로 세 배 늘어날 것이 업계 정설이며, 트렌드포스 기준 HBM 시장 규모는 올해 약 600억 달러에서 내년 1,200억 달러로 두 배, 2030년에는 5,6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소개했다. 구글의 TPU 외부 판매량이 2028년 450만 개, 엔비디아는 같은 시점 1,2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구글은 내년 세계 최초로 HBM4E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물량 확대와 HBM4 믹스 개선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매출액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고 영업이익도 우려하는 수준의 하단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의 추격으로 올해 약 59%에서 52% 안팎으로 낮아질 수 있지만, HBM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어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액 자체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파운드리에 대해서는 아직 데이터센터·AI 가속기向 대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약점으로 남아 있으며, TSMC의 매출 중 데이터센터 비중이 60%를 넘는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EUV 장비를 보유한 곳이 삼성전자와 TSMC뿐이라는 점에서 미세공정 경쟁력 자체는 유효하며, 테슬라 등 완성차向 고객 확보를 통해 점진적으로 존재감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와 인텔 간 미국 내 합작 생산 검토설에 대해서는, 인텔이 첨단공정 파운드리에서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고 AI PC·서버向 CPU 시장에서 자체 ARM 칩을 쓰는 고객사들이 늘면서 아리조나 공장 등에 투입할 제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부지 활용 차원에서 합작 논의가 충분히 나올 법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메모리 기술 유출 우려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산업 성장성, 저평가된 밸류에이션, 높은 배당수익률이라는 세 조건을 모두 갖춘 업종은 드물다며, 삼성전자 기준 연간 배당 약 1만4천원이 실현되면 배당수익률이 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미국 하드웨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할인이 커진 만큼 국내 반도체주 역시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된 국면에 진입했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