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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버블론 정면 반박, 하이퍼스케일러 잉여현금흐름 전환이 하반기 반등 열쇠

시황 · 2026-08-17

그로스 대 리스크 프레임으로 본 하반기 증시

하반기 시장 방향을 그로스(성장 모멘텀)와 리스크의 상대적 크기로 단순화해서 봐야 한다는 프레임이 제시됐다. 그로스가 리스크보다 크면 시장은 오르고, 리스크가 그로스를 압도하면 하락한다는 것이다. 리스크 요인은 결국 금리에서 발생하는데, 현재 금리 정책이 더 매파적으로 가지 않는 한 연말로 갈수록 리스크는 이미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로스 측면에서는 과거처럼 소비·생산·투자의 순환적 사이클이 아니라 AI 케팩스라는 특정 요소가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미국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가 2022년부터 계속 마이너스 구간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이 성장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확신 회복과, 연준·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지 않다는 확인이 하반기 핵심 변수로 제시됐고, 7월 말~8월 초 빅테크 실적 발표와 FOMC, 8월 한국은행 금통위가 주요 점검 시점으로 꼽혔다.

만약 리스크 통제와 이익 개선이 동시에 확인되면 지난 상승기처럼 반도체 쏠림이 재현되기보다는 금융주 등 배당·저변동성 종목으로 관심이 일부 분산되는 순환매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그로스가 결국 리스크를 이긴다는 관점에서는 반도체와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조됐다. 8월 한 달은 완만한 상승과 함께 기존 손실을 만회하는 흐름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산업·기업

반도체 이익은 사상 최고인데 왜 주가는 못 믿을까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숫자로 명확히 확인되는데도 투자자들이 이를 믿지 못하는 이유로 세 가지가 제시됐다. 첫째, 이익과 주가 모두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상승해온 데 따른 부담감이다. 둘째, 과거 IT버블에 대한 기시감이다. 셋째,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기 현금흐름이 아니라 외부 차입에 의존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장기적으로 투자 위축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현재 상황을 2000년대 초 IT버블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당시 시스코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이 버블의 상징적 사례로 꼽히지만, 그 시절 시스코의 이익은 마이크로소프트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넘어선 최근 사례는 이익 밸류에이션(선행 PER 기준 4~5배 초반) 자체가 낮아 버블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2026년 반도체 관련 컨센서스 영업이익은 약 970조원이지만, 올해 수출액 증가세와 환율 여건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000조원에 근접할 수 있고 내년에는 130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제시됐다. 이는 2010년대 이후 평균 대비로도 높은 증가율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케펙스 전망치가 트레일링 수치보다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는 점도 투자 축소보다는 기존 계획대로의 투자 지속 가능성을 시사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결국 시장에는 '반도체가 잘 벌고 있다'는 낙관론과 '2027~28년 이익까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 두 견해가 계속 부딪히는 것이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투자 모멘텀이 언젠가 꺾일 시점을 계속 점검할 필요는 있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이익 대비 가격이 충분히 낮아졌고 적어도 연내와 내년 초까지는 이익 개선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거시경제

고금리 장기화, 전쟁과 유가가 밀어올린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4.6%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고 한국의 시중금리도 높은 레벨에서 움직이는 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연준의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에 더해 2~3월부터 이어진 전쟁 우려가 금리를 위쪽에 붙잡아두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가가 60달러대에서 100달러대까지 올라간 만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고, 최근 안정 조짐에도 불확실성이 남아 금리가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시중금리는 과거 2017~18년 인상기보다 훨씬 큰 스프레드로 반영돼 있어, 채권시장에서는 추가로 세 차례 정도의 인상 가능성을 이미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선물시장에 내재된 연말·내년 6월 기준금리 전망 역시 현재보다 높은 4%대를 가리키고 있지만, 그 확률 상승세는 최근 정체된 모습이어서 이미 시중금리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는 금리가 고점 영역에서 추가 상승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며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인터뷰

[12시 사랑방] 현대차증권 노근창 센터장, 하이퍼스케일러 수요 우려에 반박

현대차증권 노근창 센터장이 출연해 최근 반도체 급락과 관련한 진단을 전했다. 그는 2017~18년에도 유사한 조정을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급락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지난달을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오래 기억될 국면으로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실적 기준 목표가로 제시되는 18만 3000원대에 근접한 수준까지 밀렸다고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업계는 공급자 위주로 분석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최근 하락은 수요자 즉 하이퍼스케일러 쪽 우려에서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아마존과 구글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배경에는 2024년 체결된 저렴한 GPU 장기 계약이 있으며, 이 계약이 2027년부터 갱신되면서 가격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마존의 자체 반도체(트레이니엄·그라비톤) 매출이 올해 250억 달러로 클라우드 매출의 약 13%, 구글의 TPU 매출은 200억 달러로 클라우드 매출의 약 18%에 달한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엔비디아 대신 자체 칩을 오픈AI·앤트로픽 등에 제공함으로써 계약 가격 인상분을 상쇄하고 있으며, 이 흐름이 이어지면 2027~28년경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엔트로픽은 이미 영업이익률 5%대로 흑자 전환했고 오픈AI의 액티브 유저도 10억 명을 넘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최근 CDS(신용부도스와프) 스프레드가 코어위브·오라클·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에서 확대된 점, 국내에서 특정 레버리지 상품이 반도체 밸류에이션 논쟁을 증폭시킨 점을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다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2028년까지 부킹이 끝난 상태로, 케펙스 사이클이 급격하게 꺾이기보다는 완만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마존·구글 자체 반도체 매출 비교
아마존 자체칩
250억 달러
구글 TPU
200억 달러
아마존의 자체 반도체 트레이니엄·그라비톤 매출은 250억 달러, 구글의 TPU 매출은 200억 달러로 아마존이 더 크다.

[12시 사랑방] 노근창 센터장, 중국 창신메모리 리스크는 제한적

노 센터장은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대한 우려를 다루며 ASML의 지역별 매출 비중 변화를 근거로 제시했다. 2024년 41%였던 중국 비중이 작년 33%, 올해는 14%까지 줄었고 한국이 43%, 대만이 30%로 1·2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 구도가 향후 5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창신메모리의 현재 월 웨이퍼 생산능력은 27만 장으로 삼성전자(71만 장)·SK하이닉스(61만 장)·마이크론(40만 장)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수출 규제로 램리서치의 식각 장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증착 장비, ASML의 DUV 장비 등 핵심 공정 장비 조달이 제한돼 있어 케파 확장 계획이 있어도 실제 실현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TSMC(연 650억 달러 설비투자, 내년 1800억 달러), 국내 메모리 3사(합산 약 1000억 달러) 등 기존 플레이어들의 투자도 활발해 장비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창신메모리의 낸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미국 상하원의 반발을 불러 8월 21일까지 계획 제출을 요구받은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 내 마이크론 공장 투자와 상충되는 만큼 애플이 이를 쉽게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창신메모리의 HBM 관련 로직 다이는 SMIC가 파운드리를 맡고 화웨이 어센드 가속기에 탑재되는 구조여서, 자율주행·군사장비 등에 활용될 경우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를 리스크가 있고 제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데이터센터향 메모리 수요가 전체의 60%를 넘고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이 미국에 지어질 예정인 만큼, 중국 메모리는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는 위협적일 수 있어도 현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결론지었다.

메모리 업체별 월 웨이퍼 생산능력
삼성전자
71만 장
SK하이닉스
61만 장
마이크론
40만 장
창신메모리
27만 장
삼성전자가 월 71만 장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 61만 장, 마이크론 40만 장, 중국 창신메모리(CXMT) 27만 장 순으로 낮다.

[12시 사랑방] 노근창 센터장, LTA 장기계약과 밸류에이션 전망

노 센터장은 메모리 업계의 장기계약(LTA) 구조 변화를 설명했다. 통상 5년 계약이며 계약 물량의 절반가량이 이행되고, 과거에는 없던 선수금 조항이 도입돼 페널티 구조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서버D램·SSD는 하이퍼스케일러와 3~5년 직납 계약을 맺는 반면, HBM은 엔비디아를 통한 공급이 절대적이어서 엔비디아와의 장기계약 형태로 운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HBM 원가를 직접 따지기보다 컴퓨팅랙·스위칭랙·스토리지랙을 묶은 총소유비용(TCO) 절감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유연한 구조가 형성됐다는 진단이다.

밸류에이션과 관련해서는 내년 기준 SK하이닉스 주당순자산 약 100만원, 삼성전자 약 18만원을 근거로 각각 PBR 1.5배(약 150만원), PBR 1.5배(약 28만원) 수준을 언급하면서도, TSMC의 PBR 10배와 비교해 현재 국내 반도체주가 이 정도 프리미엄을 받을 사이클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주 금요일 급등은 숏커버링 성격이 강했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서는 SK하이닉스가 ADR 상장 이슈가 마무리되면 구체적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삼성전자는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올해로 종료되는 만큼 내년 1월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과거 치킨게임과 달리 지금은 경쟁에서 밀어낼 대상 기업이 마땅치 않은 만큼, 가격 경쟁보다는 저전력·고성능 신제품 스펙 경쟁을 통한 프라이스 테이크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끝으로 AI를 통한 클라우드·LLM 매출이 2027년 4분기경 케펙스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현재의 노이즈보다는 실적과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3사 PBR 비교
SK하이닉스
1.5
삼성전자
1.5
TSMC
10
TSMC의 PBR은 10배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1.5배보다 훨씬 높다.
칼럼

영화 빅쇼트로 본 투자 심리의 함정

영화 빅쇼트가 소재로 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구조가 설명됐다. 원래 은행은 신용도가 높고 상환 능력이 확실한 우량 고객에게만 대출을 내줘야 부실이 나지 않지만, 상위 신용 고객군에 대한 대출이 포화되자 은행들이 한 단계 낮은 서브프라임 고객으로 대출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우량 채권과 부실 채권을 층층이 쌓은 뒤 세로로 잘라 하나의 상품으로 묶는 방식이 등장했는데, 상단의 우량 채권 신용도를 근거로 상품 전체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받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부실 채권까지 우량 상품처럼 유통되게 만들었다는 것이 핵심 구조로 제시됐다. 위쪽 채권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밑에 있는 채권은 볼 것도 없이 함께 부실화되는 연쇄 구조가 결국 사태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영화가 주는 오락적 재미는 결국 '남들이 못 번 돈을 나는 벌었다'는 쾌감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이클 버리를 비롯한 소수의 인물이 위기를 예측하고 베팅해 돈을 번 서사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실제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그와 다르다는 것이다. 감독이 마지막 대사를 통해 금융 시스템 붕괴로 직장과 집을 잃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수가 돈을 벌었다는 사실 자체에 의문을 던지려 했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그러나 많은 관객들은 이런 윤리적 메시지보다는 '나도 마이클 버리처럼 반대로 베팅해 돈을 벌어보자'는 방향으로 영화를 소비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주가가 오를 때 인버스에 베팅하는 식의 투자 습관이 이 영화의 흥행 이후 확산됐을 가능성이 지적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수의 성공 사례는 생존자 편향일 뿐이며, 실패한 쇼트셀러는 애초에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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