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수 생각]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필요하다
하반기 한국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꼽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중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 구체적 방식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주주환원 방법은 크게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두 가지로 나뉜다.
현금 배당은 투자자 계좌에 직접 현금이 들어와 가시적이고 배당 목적 투자자에게 유리하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배당 시점에 국한된 일회성 효과에 그치는 경향이 있고 국내에서는 배당소득세 부담도 따른다. 반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수급 개선 효과를 내는 동시에, 동일한 순이익이라도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려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주가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동안 한국 상장사들은 대체로 현금 배당을 선호해왔다. 2025년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약 31% 수준이었는데, 최근 이 배당성향이 하락 추세를 보인 원인은 반도체 기업을 제외하면 오히려 배당성향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데 있다. 즉 반도체 기업들이 급증한 이익 대비 배당을 충분히 늘리지 않은 것이 전체 배당성향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미국 러셀3000 지수 구성 기업들은 오랜 기간 자사주 매입·소각을 배당보다 훨씬 선호해왔다. 그 결과 주가 상승률에 비해 순이익 증가율은 크지 않았지만 유통주식수 감소로 주당순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구조가 정착됐고, 이는 장기적인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최대 7~9%, 우선주는 10% 이상까지 거론되는 등 배당 확대 기대가 크지만, 배당 자체보다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이 얼마나 될지가 하반기 한국 증시 반등의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일회성 배당 발표는 단기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는 반면, 지속가능한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이 발표될 경우 오히려 발표 이후에도 주가 탄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제시됐다.
국내 증권 집단소송,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제도
한국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 제도는 소송 가능한 사유를 주가조작,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 단 네 가지로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대다수의 기업 잘못은 개인이 각자 소송해야 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송 원고 자격을 갖추려면 전체 발행주식 보유자 중 일정 비율을 모아야 하는데, 삼성전자처럼 주주가 약 800만명에 달하는 대기업일수록 원고인단 구성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구조적 모순도 있다.
소송대리를 맡을 로펌에도 제한이 있어, 최근 3년간 세 건 이하의 집단소송만 수행한 로펌만 사건을 맡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경험 많고 유능한 대형 로펌일수록 오히려 소송을 맡을 수 없게 되는 역설적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소송이 이른바 사전 허가 절차(요건 충족 여부를 다투는 절차)와 본안 소송의 이중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사전 절차만으로도 3심(대법원)까지 갈 수 있고, 이 사전 절차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본안 소송 자체가 열리지 못한 채 자동으로 정지된다. 이런 이중 삼심 구조를 가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사전 절차만 통과하는 데 평균 약 6~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국내 첫 증권 집단소송이 제기된 이후 대법원 문턱을 처음 넘어선 사례가 나온 것은 2020년으로, 무려 15년이 걸린 셈이다.
대표적 사례로 동양증권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건이 언급됐다. 그룹 계열사의 부실을 알면서도 안전하다고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수천명, 조 단위 피해를 낳았고 관련 임원이 사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정작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집단소송은 2024년 대법원에서 원고 전부 패소로 최종 확정됐다. 6~7년의 사전 절차와 본안 소송을 거치는 동안 대다수 피해자가 소송을 포기하고 이탈해, 끝까지 남은 소수만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소송이 종결된 것이다.
이런 구조가 결국 기업들이 불법 행위에 대한 실질적 두려움 없이 행동하게 만드는 배경이라는 지적과 함께, 원고 요건 완화·소송대리 제한 완화·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 강화 등 제도 개선이 시장 정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 제시됐다. 하반기 정기국회 논의를 계기로 실질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