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2시 사랑방] 노근창 세미콘 리서치랩 대표, AI 투자 조정론과 반도체 수요 진단
노근창 세미콘 리서치랩 대표는 AI 투자를 둘러싼 속도 조절론이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구매의 급격한 축소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AI가 보안·모니터링·검증 기능까지 수행하도록 설계될수록 하드웨어의 복잡성과 원가가 함께 올라가며, 반도체 제품의 고도화와 가격 프리미엄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서버에는 한 개 들어가는 서버 관리용 비메모리 칩이 AI 서버에는 여러 개 탑재되는 사례가 제시됐다. 메모리에도 오류 정정 기능이 추가되는 등 보안과 검증을 위한 부품·기능이 늘고 있다. 이런 기능을 고객사가 원해 도입하는 경우에는 생산 기간과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제품 가격에도 반영될 여지가 있다.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발언에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기업의 사업 전략이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노 대표는 엔트로픽의 기업공개 추진 시점에 맞춰 AI의 강력한 성능과 위험을 부각하면 기업가치 평가에 유리할 수 있고, 안전·규제 준수 비용을 강조하면 후발 기업의 진입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AI의 악용 가능성 자체는 실제 위험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2시 사랑방] 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전망
노근창 대표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이 현재 약 40GW에서 2030년 120GW 수준으로 확대되는 전망을 반도체 수요의 근거로 들었다. 데이터센터를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필요한 시점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일부 고객사는 메모리 가격을 올려서라도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의 매출 지표와 파운드리·후공정 업체 실적에서도 수요 둔화의 뚜렷한 신호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HBM 시장은 올해 약 600억달러, 내년 약 1,200억달러, 2030년 약 5,600억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업계 전망이 소개됐다. 노 대표는 신규 공장 건설과 양산 확대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급 증가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2029~2030년 이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HBM4와 차세대 제품의 가격 상승, 제품 구성 개선이 메모리 업체의 매출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HBM 점유율에서는 SK하이닉스 비중이 낮아지고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지만, 시장 전체가 커지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매출도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다음 분기 영업이익을 114조원, SK하이닉스를 78조~80조원으로 보는 전망이 소개됐으나, 이는 시장 전망치로 제시된 수치다.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메모리 가격 상승과 HBM4 비중 확대가 이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구글 TPU와 엔비디아 가속기 경쟁도 HBM 수요의 확대 요인으로 꼽혔다. 구글은 2028년까지 TPU 생산·판매를 크게 늘릴 계획이며, TPU에도 HBM이 들어가는 만큼 특정 AI 가속기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져도 메모리 수요가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 대표는 구글 TPU의 외부 판매와 현금흐름 개선이 가시화되면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줄어들고 반도체 업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12시 사랑방] SK하이닉스의 미국 진출과 삼성 파운드리의 과제
노근창 대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생산·협력 방안이 검토될 수 있지만, 미국 공장의 경제성은 여전히 변수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메모리 생산의 현지화를 요구해 왔고, 관세나 보조금 등 정책 조건에 따라 기업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진출은 기존에 검토해 온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확정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큰 손실을 내고 있으며, 부지를 보유하고도 가동할 제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체 Arm 기반 CPU를 개발하는 데이터센터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텔 공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SK하이닉스와 협력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메모리 사업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인텔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파운드리는 테슬라 관련 수주와 테일러 공장 가동 기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가속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TSMC는 매출에서 데이터센터 비중이 크고 시장 점유율도 높지만, 삼성은 현재 자동차·스마트폰·메모리 관련 물량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진단이다. 최첨단 공정 역량을 갖춘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의미 있는 고객과 물량을 확보해야 수익성 있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리벨리온 등 국내 팹리스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센터 칩 생산 경험을 쌓고, 가격 조건을 제시해 고객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미국의 테슬라 AI 칩과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TSMC 고객을 전환시키는 데는 안정성과 공급 능력 검증이 필요하다. 파운드리의 흑자 전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단기적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12시 사랑방]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 건설업의 체질 개선과 AI 인프라 확장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2015년 첫 건설업 보고서를 낸 뒤 업종의 약점으로 실적 예측의 어려움, 대형사 간 차별성 부족, 미흡한 주주환원을 지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과거 악성 현장을 정리하고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건설사가 늘었으며, 무리한 저가 입찰을 피하고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방식도 확대됐다. 삼성E&A 등이 실적으로 원가 관리 역량을 입증하면서 업종의 신뢰가 일부 회복됐다는 진단이다.
건설사들은 원전·플랜트·데이터센터 등에서 사업 영역을 선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원전 주관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업과 컨소시엄에 비주관사로 참여하는 기업이 나뉘고, GS건설은 데이터센터 개발·운영 역량을 키우고 있다. 건설업의 성장 스토리를 주택 경기나 중동 플랜트에만 한정하지 말고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으로 넓혀 봐야 한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핵심 진단이다.
AI 경쟁이 모델 개발에서 데이터센터·전력 설비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로 이동하면 국내 건설사도 해외 사업의 수행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대미 투자 관련 제도와 프로젝트가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 설립이나 합작법인 참여를 뒷받침할 수 있으며, 건설사들이 보유한 자본을 해외 인프라 개발에 활용할 여지도 있다. 다만 미국 현장의 공사비·인력·관리 리스크가 큰 만큼 발주처와 위험과 수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을 원전 관련주로, GS건설과 DL이앤씨를 데이터센터 관련주로, 삼성물산과 삼성E&A를 미국 반도체 공장 관련주로 연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박 연구원은 개별 기업의 사업이 특정 테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슈가 부각될 때 시장이 붙인 이름표에 따라 종목별 주가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에서 중견 건설사와 건자재로 온기가 번지는 순환매 가능성도 제시했다.
[12시 사랑방] 재건·주택 수주 회복과 건설주 투자 시계
박세라 연구원은 전후 재건 수요가 파괴된 건물의 복구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공급망과 발전·수송 인프라 재편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전쟁으로 기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흔들리면 새로운 유전과 공급 경로 개발, 원전과 대체 에너지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재건 사업에서는 해당 지역에서 이미 공사를 수행하고 인력과 물자를 확보한 건설사가 유리하며, 중동 현장이 많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투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경기는 아직 전반적인 회복이라기보다 공급 부족 속에서 사업성이 확인된 정비사업부터 움직이는 단계다. 대형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2024년 20조원에 못 미쳤지만 지난해 약 50조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이미 이를 넘어 연간 80조원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서울의 대형 사업장이 먼저 움직이는 양상이며, 과거 공급 절벽 이후 사업성이 회복됐던 주택 사이클과 닮은 측면이 있다고 봤다.
수주 산업인 건설주는 구체적인 실적 수치가 나오기 전에 사업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수주액과 실적이 확인되는 시점에는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수 있어, 박 연구원은 당장의 재료보다 약 3개월 뒤에 부각될 이슈를 함께 살펴보는 접근을 제안했다. 연말·연초에는 다음 해 실적과 수주 수준이 재평가되면서 반도체 공장 착수와 AI 인프라 관련 수주가 건설업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업 전반의 투자 관심이 커지면 대형사뿐 아니라 전문 건설사와 건자재 업체까지 수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장기 투자자가 부족한 업종인 만큼 테마성 상승만으로는 지속적인 재평가가 어렵고, 예측 가능한 실적과 명확한 사업 경쟁력, 주주환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건설사가 쌓아 둔 현금을 토지 매입에만 쓰기보다 데이터센터 등 성장 인프라에 대한 지분 투자와 개발 참여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장기 평가의 관건으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