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2시 사랑방] 김경일 교수가 본 트럼프의 심리와 대응법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기존 성격 유형만으로 트럼프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간을 구분하는 여러 분류법은 과거 데이터에 기대기 때문에,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질수록 설명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인간 행동을 이해할 때 자기 이익에만 충실한지, 타인의 이익과 공존에도 관심을 두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상대를 흔들고 불안하게 만드는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방법이 있는데도 상대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선택에 매력을 느끼는 태도를 심리학에서 ‘악의적’ 성향과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를 단정적인 도덕적 낙인으로 분류하기보다, 자기중심성과 상대를 흔드는 행동의 동기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를 ‘치밀하게 충동적인’ 인물로 설명했다. 이런 유형은 행동 이후의 여러 결과를 차례로 따지기보다 상대가 바로 아프거나 두려워하는 다음 반응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우월성을 강하게 믿는 나르시시즘이 더해지면, 상대가 예상대로 반응하지 않을 때 갑작스럽게 다른 행동을 택할 수 있어 결과를 단일 시나리오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봤다.
충동적인 권력자에게 대응할 때는 즉각적인 찬반 의사보다 반응의 속도와 간격이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상대가 원하는 즉각적 반응을 늦추면 대결이나 괴롭힘의 대상으로 고정되는 것을 피하고, 상대가 어떤 수를 쓰는지 관찰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신의 입장을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늦게 반응해서는 안 되며, 열 개 국가나 조직이 대응하는 상황이라면 7~8번째 정도의 속도로 반응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같은 유형의 사람이 반드시 모든 위치에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기존의 나쁜 관행을 깨는 역할에서는 강한 추진력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가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과 직무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면 권력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도자를 단순히 조직의 승진 사다리 끝에 있는 자리로 보지 말고, 대통령과 세계 지도자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선거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는 체스 챔피언 바비 피셔의 사례를 들었다. 기존 규칙을 무시하는 행동은 한동안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임계점을 넘는 순간 지지가 급격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특정 결과를 단정하기보다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상대의 행동에 맞춰 대응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