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수 생각] 기업 실적보다 수급이 낙폭을 키우고 있는가
이광수는 한국 주식에 대한 기존 투자 근거로 기업 이익 증가, 글로벌 시장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 기업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들었다. 한국 기업의 실적과 수출이 무너졌다는 신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데도 며칠 사이 낙폭이 급격히 커졌다면, 하락의 상당 부분은 수급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가 약해진 가운데 외국인 매도를 받아낼 주체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고점 때의 약 30% 수준이고 투자자 예탁금도 늘지 않아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멈췄다고 봤다. 외국인 자금이 브라질과 대만 등으로 이동하고, AI 투자 안에서도 외국인 선호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가면서 한국 시장의 매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을 짚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수세가 약해지면 지수 내 비중이 큰 두 종목의 영향으로 다른 업종까지 함께 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광수는 최근 하락이 상승 과정의 조정인지, 저점을 낮추는 장기 하락의 시작인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과거처럼 사이클 고점을 지나고 있다는 시각과, 장기 계약과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이번 사이클은 다르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이 과거처럼 급등 뒤 장기간 박스권에 갇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기업 가치와 주가의 연동, 다양한 업종으로의 투자 확대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수 생각] 성급한 매매보다 하락의 성격과 손실 관리가 먼저다
이광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위기의 원인과 대응책이 뚜렷한 때와 달리, 지금은 급락의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자의 불안을 키운다고 봤다. 당시에는 금융시스템 붕괴라는 충격과 함께 공매도 중단, 부양책, 공적자금 투입 등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번에는 시장이 급락하는데도 투자심리를 붙잡을 근거와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탈감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 매수를 권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보유 주식을 어떻게 할지는 하락이 일시적 조정인지 추세적 하락인지 더 살펴본 뒤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행동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주식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부 비중을 조정하는 대응은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바닥이나 반등 시점을 단정하지 않고 시장의 방향을 판단할 근거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광수는 국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정책 신호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퇴직연금의 국내 증시 참여 방안을 포함해 그동안 논의된 증시 대책을 구체화하고, 시장을 방치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금을 동원하자는 뜻이 아니라 하락 국면에서 당국과 시장이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 이익과 주주환원 여력이 유지된다면 주가가 과도하게 낮아진 구간에서 회복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이광수는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 기준 시가배당률이 5%를 넘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익과 경제 성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회복 시점이 당장 다음 날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